“진지한 연애는 도움이 안 된다.”
팀 메이트인 잭의 SNS를 훑어 보던 태섭은 사진으로만 존재해야 할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눈썹을 치켜 들며 고개를 들었다. 잭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SNS 사진과 다를바 없이 깐족거리며 웃고 있는(주관적 태섭 시점) 잭의 면상과 마주치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잭은 못 볼 꼴을 봤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고 있는 태섭의 맞은편에 앉으며 팔짱을 꼈다.
“말하지 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까 전에 한 말은 말이 아냐?”
“네 얼굴이 진리를 구하고 있어서 한 마디 했는데 왜. 너한테 말 건 거 아니야.”
잭은 눈으로 욕을 하며 거의 눕듯이 소파에 몸을 구기는 태섭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 한국에서 재활을 받을 생각이야?”
“그렇다고 했잖아.”
2년 전, 팀으로 들어온 태섭은 그때나 지금이나 성질이 더럽고 만만치 않았으나, 조금 귀여운 구석은 있었다. 특히,
“미국이 훨씬 더 좋은 걸 알면서? 그렇게 그 형이 보고 싶어?”
‘형’ 이라는 말이 나올 때.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일으킨 태섭은 잭을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태섭이 그렇게 보아도, 잭은 전혀 미동이 없었다.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몸 컨디션을 유지하던 태섭이 언제 술을 진탕으로 마셨는지,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한참을 있다가 형이 보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얼굴이 얼마나 못생겼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태섭의 가장 친한 팀메이트여도 저보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피앙새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그 중요하지 않은, 가끔은 성가신 팀 메이트가 발목 염좌 부상 재활 차 비시즌 내내 한국에 있는다고 해도.
“이제는 비시즌에도 돈 꽤나 벌 수 있을 텐데. 그 기회를 차버리고 가네.”
“너는 돈 때문에 농구 하냐?”
“미국도 한국 만큼 결혼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 너는 할 일이 없으니까 모르지?”
잭이 빙글빙글 웃었다. 어금니를 꽉 깨문 태섭은 주먹을 꽉 쥐기만 했다. 그런 거 원래 관심 없었거든? 이 말에 돌아온 건, 형한테는 원래 관심 많았고. 속을 뒤집는 소리였다. 어째서 보고 싶다는 소리를 했을까. 태섭은 잭에게 그 말을 한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NBA에 진출하고 처음으로 승리한 날이었다. 처음으로 집으로 잭을 초대했고, 같이 술을 마셨다. 대만에게 전화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지 않는 대신, 대만의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 다음 날, 실없이 굴었던 걸 죽어라 후회하며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고 잭은, 헤이 브로, 매사 실수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구는 네가 긴장을 푼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어. 그러니 사나이로서, 절대로 말 안해. 이랬다.
저 말을 들을 때만 해도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잭이 턱짓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그 곳에, 핸드폰이 있었다. 분명 잭의 SNS를 보고 있었는데, 그걸 완전히 잊고 있어서 조금 흠칫했다. 평소에 다른 걸 훨씬 더 많이 보고 있어서 그랬다. 예를 들면, 형이라던가, 선배라던가, 정대만……, 이라던가.
“헤이, 브로. 잘 생각해. 미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생각 아니야?”
태섭은 입술만 달싹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발목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잭의 말대로, 실력 우선 주의인 이곳에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 애를 쓴 발목은 이번 시즌 내내 탈을 일으켰고 이건, 대만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어째서 약해지면 이런 건 죽어도 들키기 싫은 사람이 생각나는 건지를 정말 모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도록 심장이 뛰어대는 탓에 외면할 수가 없었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형이 그토록 하라고 했던 의지를 이번에는 좀 해볼 수 있었을까.
“한국도 재활 쪽으로는 좋아. 네 말대로 비시즌에도 돈 꽤나 벌 수 있을 정도로 자리 잡았으니, 조금 쉬고 싶다고.”
눈 딱 감고, 온전히 안겨볼 수 있었을까.
“기분전환 같은 거지? 릴렉스 같은 거.”
“응.”
“몸에 힘 좀 빼고 와. 긴장도 풀고.”
“응.”
“가볍게 돌아와. 기대할게.”
태섭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조용히 쳐다보다 마이 달링 뭐하고 있으려나- 깐족거리며 소파에 몸을 기대는 잭을 보면서 팔짱만 꼈다. 테이블 위에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는 죽은 핸드폰을 보면서 입 안 살을 깨물고, 몇 번이고 짧은 숨을 뱉었다. 그런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송태섭 너는 좀, 단순하게 생각해. 나한테만이라도. 힘빠진 목소리가 선명했다.
“…잘 모르겠어.”
응? 여전히 통화를 하고 있는 잭은 태섭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했다. 딱, 3초 동안.
“형이랑 왜 헤어졌냐고 물었지.”
“…달링. 잠깐만?”
“나 때문이야.”
“응. 송이랑 같이 있어.”
“내가 너무 진지하게 굴었던 것 같아. 어떻게든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어.”
“송이 지금… 고해성사 중이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태섭에게, 어떤 시절이 있었다. 생각만 해도,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서, 길거리에서 바보 같이 웃던 때가. 5년 전, 대만과 헤어지기 전까지, 그랬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태섭은 그때의 제 모습이 아직 선명했다. 이런 걸로 치면, 정대만은 정말이지 모든 것의 예상 밖이었다. 추억이라는 건 늘 발목을 붙잡거나, 짓누르거나,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 것이었지, 그 시간 속에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대만은, 그 시간 속에 살도록 만든다. 발목을 붙잡히고야 만다. 짓눌러서, 주저 앉도록 만든다. 무엇을 더 해 볼 생각을 하지 않고. 헤어졌어도 여전히 선후배 사이를 유지하는 것에 안도하면서. 여전히, 송태섭이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정대만에게 만족하면서.
“달링 말대로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켜 보고 있는데……. 문자 보내는 것 같아. 표정이…, 장난 아니야.”
우리, 헤어지자. 그 말을 하면서 울음을 참던 정대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되물어볼 생각 같은 거, 해보지 않은 채로.
진지한 연애는 최악이다.
대만이 태섭의 문자를 받은 건, 아침 런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때였다. 땀을 닦는다던가, 세수를 한다던가, 이런 것들을 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한국 들어가요. 좀 오래 있을 것 같아요] [이날 쯤 들어갈 것 같은데, 시간 돼요? 나 좀 만나요] 평소의 태섭이라면 전혀 하지 않을 말을 해서였다. 1년에 한 번 귀국할 때마다 알리지 않았고, 만나자는 말 역시, 먼저 한 적이 없는 놈이었다. 무슨 일 있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무슨 말인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하려다 말았다. 무슨 자존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바로 문자를 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였다. 식탁 위에 핸드폰을 두고, 그걸 쳐다보면서 물을 마시면서도 알량한 자존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못했다. 이런 게,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인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래도 씻으러 들어가기 전에 문자했다. 씻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내내 태섭을 생각할 것 같아서였다. 이러나 저러나 생각한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약속은 없어. 가능해.]
평소에는 점을 잘 찍지 않는데, 찍어 보냈다. 최근 팀 후배의 간곡한 부탁으로 소개팅으로 만나 사귄 사람은 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진지하다는 걸 어필하고 싶을 때마다 문장 끝에 점을 찍는 타입이었다. 만나는 동안 이런 점이 질린다고 생각했으면서도 후자의 의미로다가 찍었다. 그랬던 것 뿐이었는데.
[고마워요 선배]
젖은 트레이닝복을 벗다 말고 문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헤어진 이후 5년 동안 태섭에게서 형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일까. 점 하나 찍지 않은 문자가 더없이 진지해보였다.
씻고 나온 뒤, 간단하게 식탁을 차렸다. 저녁에 오랜만에 북산 농구부원들과 만나기로 했다. 달재 결혼식의 청첩장을 받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으나, 처음으로 결혼하는 녀석이 생겼으니 마음놓고 술을 마셔보겠다는 주장이 있어 간만에 술을 마셔야 될 것 같아서였다. 프로틴 쉐이크를 마신 뒤 샐러드를 먹으며, 얼마만에 술을 마시는 건지를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태섭과 헤어진 뒤였다. 그럴 만했고, 그래야만 했다. 먼저 헤어지자고 한 주제에 너는 왜 붙잡지도 않았냐는 전화를 하는 불상사는 죽어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샐러드를 먹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채소 씹는 소리가 전부였던 집이 점점 더 조용해졌다. 물끄러미 핸드폰을 쳐다보다 짧은 한숨을 뱉은 뒤, 인터넷 포털창을 열었다. 차마 없애지 못한 탭에 태섭의 부상 소식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왼쪽 무릎을 매만졌다. 이러고 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무릎을 만지며, 사진 속 태섭을 쳐다보았다. 코트에 주저 앉아 응급 처치를 받고 있는 태섭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걸 보는 대만의 얼굴에도 역시, 표정이 없었다. 머리만 복잡할 뿐이었다.
“대만아!”
시끄러운 펍 안에서 녀석들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만은 어이가 없어 제 옷차림을 훑으며, 준호 옆에 앉았다.
“너네 진짜 조폭 같이 앉아 있다.”
“뭐라는 거야?”
“청첩장 받으러 온 건데 왜들 차려 입고 나왔어?”
“네가 너무 편하게 입고 나온 거지.”
“그럼 이런 곳에서 만나면 안 되지.”
“선배님, 받아 주세요!”
대만은 벌떡 일어나는 달재를 보며 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프로포즈 받는 줄 알겠네. 장난스럽게 말하며, 달재가 지나치리만큼 소중하게 쥐고 있는 청첩장을 받았다.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고, 청첩장을 펼쳤다.
“두 달 뒤? 빨리 하네? 식장 예약 쉬웠어?”
“결혼 전제로 만나던 거라, 식장 예약은 작년에 했었어요.”
“다행이네.”
“네. 농구 시즌 시작 전에는 꼭 하고 싶었어요.”
대만의 미간이 자연스럽게 구겨졌다. 어른이 된 달재는 취미로만 농구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즌을 고려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거였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려는 건,
“…태섭이도 온대?”
“네. 못 들으셨어요?”
대만은 어깨를 으쓱였다. 들은 거라면 들은 거고, 아니라면 아니었다. 한국에 오래 있는 다는 게 그래서였나. 내심 부상 때문에 오래 있는 건지를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자자. 마시자. 다들 정말 오랜만이다.”
손에 쥔 잔이 한 곳으로 모였다. 모두 어른의 손을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제 손은 아직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없는 사람의 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치는 자리에서 대만은 유일하게 그 말을 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빈 술 병이 늘어났다. 대만은 혀를 차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원래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던가. 기억도 안 났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술자리 자체를 피해서였다. 서운하다는 말도 줄곧 들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술을 주려고 하는 녀석들 때문에 버럭 화를 냈다.
“이것들아. 나는 선수거든?”
“뭐 어때. 비시즌이잖아.”
“비시즌이어도 관리 하는 거 알면서 왜들 이래?”
“그래도 드셔 주세요. 기쁜 날이잖아요.”
달재의 말에, 대만은 끙소리를 냈다. 어쩐지 달재가 하는 말은 무시하기가 어려웠다. 기쁜 날의 주인공이기도 했고, 또….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태섭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는 결혼하고, 누구는 헤어지고.”
조용하던 치수가 한 마디 던졌다. 대만은 미간을 구기며, 치수를 힐끔거렸다.
“하나도 안 슬프니까 술 먹일 생각 하지 마라.”
“네가 차인 거 아냐? 그런데도 안 슬프다고?”
“어.”
“왜요?”
“달재는 모르는 구나. 말해도 돼?”
“동거하자고 해서 헤어졌어.”
궁금해하는 달재에게 덤덤하게 말한 대만은, 누군가 술잔을 부딪쳐주지 않아도 술을 마셨다.
“그러다 헤어지면 곤란해. 짐 처리하는 것도 그렇고.”
“결혼 생각은 없으시고요?”
“어.”
“그럴 수 있지. 진지해지잖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으나, 대만은 어쩐지 불편해졌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서로 헤어지자고 했으나(그 사람이 1분 더 빨리 말했다), 이 말로 인해 들은 것이 있어서였다. 단순하게 생각해. 송태섭에게 그러라고 말한 정대만이, 똑같은 말을 들었다. 송태섭이 알면 얼마나 우습게 생각할까.
“그래도. 오랜만에 연애 하는 거 아니었나? 정대만 네가 언제 연애를 마지막으로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 건지 기억도 안 난다.”
“기억 할 필요 있나.”
“그래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줄 알았잖아.”
심각한 문제. 그런 게 있었지. 아마, 지금도.
대만이 화제를 돌렸다. 가장 좋은 건 달재 이야기였다. 어떻게 만났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결혼 준비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보고 들으며 간신히 화제 전환을 했다. 안심이 된 대만은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수줍어하거나, 신난 달재를 보면서 태섭이 떠올라도.
테이블에 기대어 턱을 괸 대만은, 점점 취하는 녀석들을 보며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를 것이 뻔한 녀석이 우습기도 했고, 이런 와중에 전혀 취하지 않는 제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사실은, 취할 거라고 예상하고 오기 전에 한 것이 있었다. 핸드폰에 있는 태섭의 번호를 지우는 것. 그럼에도 번호를 기억하고 있어 소용 없는 짓이라는 걸 알아도, 물리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 대만에게는 중요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 번 더 상기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송태섭에게 전화하지 말 것.
“사실은, 태섭이가 먼저 올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술에 취한 달재가 태섭의 이야기를 시작하고난 뒤부터는 더더욱 다짐했다. 대만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렇냐고 물었다.
“얼마나 고맙던지…. 선배가 더 잘 아시겠지만, 태섭이가 요즘 미국에서 꽤, 고군분투 중이잖아요.”
“…어.”
“조만간 들어오는 거 알고 계시죠.”
“어.”
“이번에 오면 꽤 오래 있는대요. 말은 안 하는데, 재활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대만은 대답없이 손으로 술잔만 훑었다. 느린 손을, 느리게 쳐다보았다. 잔을 한 번 훑을 때마다, 묻고 싶은 것이 늘어났다. 어떤 감정 역시. 태섭에게 헤어지자고 할 때 했던 말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도, 선명해서였다. 송태섭 너는 좀, 단순하게 생각해. 나한테만이라도.
여전한 태섭이 다행이기도, 아니기도 했다. 그런데도, 입안의 살을 깨물게 되었다. 지운 숫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숫자가, 대만의 머리를 툭 치고 사라졌다. 그럴 수록 속으로 숫자를 되뇌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달재가 베실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잔이 부딪쳤다.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술이 조금 흘려 넘쳤다. 넘쳐 흐른 술이 손바닥을 타고 흘려내렸다. 그 술을 혀로 핥았다. 어쩐지 그러고 싶어서, 남은 술을 한 번에 삼켰다.
“알아서 잘 하겠죠?”
“…너한테도 아직 말 잘 안 하냐?”
“네. 성격 어디 가나요.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대만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 그러려니가 안 되던 때가 떠올랐다.
“그게 왜 잘 안 됐을까.”
“네?”
“아니야. …그럼, 너네 집에서 지내?”
“아뇨.”
대만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큰 마음 먹고 물은 거였는데, 단번에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뭘 더 물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
“태섭이 어머니는 고향에 내려가셨고, 아라, 태섭이 동생이요. 아라는 원룸에서 지내는데….”
달재가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답지 않게 눈치를 보았다.
“그러니까. 너네 집에서 지내는 거 아니야?”
“여자 친구랑 같이 살고 있거든요.”
“…잠깐만.”
핸드폰이 반짝이며 빛을 냈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숫자가 보였다. 예고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 건, 머릿속을 툭 치고 사라진 숫자들이었다.
[선배 작년에 이사한 집이 방 세 칸이라고 했죠]
송태섭, 여전하지……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가도, 진지한 말을 하려면 점이라도 찍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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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한 톨도 안 쓴 걸 깨닫고 어제 썼는데 그... 에... 네...(?)
너 이외엔 생각하지 못할 뿐
베이비 그 시절처럼 사랑을 하고 싶어
노래 가사가 심금을 울려서 막 쓴 것 같기도 합니다...
ㅠㅡㅠ 눈물핑
쓰면서 괜찮으면.. 태대온에 나오는 것이고 아니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