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d On Tight, My Darling (完)

태섭대만

108





 불을 켜도 괜찮으려나. 

 잠에서 깬 대만은 제 옆에서 자고 있는 태섭을 가만히 쳐다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태섭이 깨지는 않을까 싶어 조심히 움직이던 대만이 마침내 침대 프레임에 등을 붙였다. 태섭은 미동도 없었다. 이번에는 스탠드 켜기. 대만이 한쪽 팔을 뻗었다. 최대한 뻗었는데도 스탠드까지 닿지 않아 끙소리를 낸 대만이 다시 태섭을 살피며 몸을 조금 더 움직였다. 그때, 태섭이 살짝 움직였다. 대만이 그 상태 그대로 멈추었다. 설마 깨웠나. 태섭이 완전히 깰까봐 대만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뻗은 팔에서 쥐가 날 것 같았다. 대만은 계속 태섭을 살피며 천천히 팔을 내렸다. 다행히 태섭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안도한 대만이 재빨리 스탠드를 켰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갑자기 밝아지면 깨지 않을까 싶어 최대한 태섭에게 빛이 가지 못하도록 몸을 다시 움직였다. 다행히 태섭은 깨지 않았다. 대만은 조금 더 편안하게 자세를 잡으며 태섭을 쳐다보았다.

 잠이 든 태섭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천천히 태섭을 보던 대만의 시선이 어깨에 닿았을 때, 대만은 볼을 긁적였다. 태섭의 어깨에 선명한 잇자국은 대만의 작품이었다. 당장 코트에서 뛸 일 없으니까 마음껏 깨물어요. 형이 나를 상처 입히는 건 다 괜찮아. 제 목을 껴안으며 거친 숨을 조절하던 태섭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대만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 앞에 네가 있는데도 보고 싶은 건 왜일까. 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깨어 났으면 싶었다. 대만은 까끌거리는 입 안을 혀로 훑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태섭아.

 속삭이듯 부른 거라 일어날 거라는 건 기대하지 않았다. 대만은 깍지를 낀 손을 배 위에 올려두고 조금 더 편하게 태섭을 쳐다보았다. 어떠한 충만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있는 순간, 태섭을 보며 태섭을 부르는 행위가 대만에게 깊은 안정을 주었다. 눈을 감았다 떠도 눈 앞에 있는 송태섭은 생각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결국 대만은 태섭의 어깨 뒤로 팔을 넘겨 조심스럽게 태섭의 얼굴을 만졌다. 말랑말랑한 볼. 손 끝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 편안하게 감고 있는 눈. 코. 입술. 다시 볼. 태섭이 긴 숨을 내쉬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태섭의 손이 대만의 손을 잡았다.



깼어?

응…



 제대로 눈도 못 뜨고 있으면서 잡고 있는 대만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대만은 태섭의 어깨를 끌어 안았다. 그 손길에 태섭은 몸을 뒤척여 대만의 허리를 안으며 허벅지에 머리를 뉘였다. 대만은 태섭의 머리와 이마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태섭이 슬쩍 웃었다.



 좋다…

 그래?

 응.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태섭이 말했다. 편안해 보이는 태섭의 얼굴이 좋았다. 기특한 녀석. 대만은 고개를 숙여 태섭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태섭이 한 쪽 눈을 떴다. 눈이 마주쳤다. 대만은 입을 맞춘 태섭의 이마를 손으로 문질렀다.



그렇게 좋아요?

뭘 말하는지 모르겠네.

그거야 뻔하죠…

내 애인이 잘나가는 농구 선수가 돼서 좋지.

그건 형도 마찬가지잖아… 그거 말고요.

내 애인이 돈 많이 벌어서 좋아.

아, 진짜… 



 태섭이 어이 없다는 듯이 웃었다. 두 눈을 감고 편안하게 웃는 태섭의 얼굴이 또 좋아서 대만은 다시 태섭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태섭이 두 눈을 떴다.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대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얼굴을 본 순간, 태섭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잠에 취해 비몽사몽하던 사람이라기엔 빨라서, 대만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좋아요?

…아니? 방금한 말은 취소야.

좋죠. 그렇죠.

덥석 물지 마.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네가 무슨 말을 할 줄 아니까 아무 말 안 할 거야.



 태섭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다시 대만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대만이 웃으며 태섭의 머리를 매만졌다. 태섭은 그런 대만의 얼굴을 쳐다보다 손을 뻗어 얼굴을 만졌다. 손 안에 가득 차는 온기가 좋았다.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대만의 시선이 좋았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미국 오라는 거, 그냥 하는 말이라는 거 알죠?

응.

농구하는 정대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정대만이라고.

알아. 고맙다.

내가 계속 자극 받을 수 있게 열심히 해달라고요. 아시겠어요, 정대만 선수?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송태섭 선수.



 손가락으로 태섭의 이마를 살짝 튕긴 대만이 태섭의 이마를 살살 문지르며 물었다.



그런데, 다른 정대만은?

응?

다른 정대만은 두 번째로 사랑하는 거야?

…진짜, 형…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발 꼬시지 말라고요… 못 참아 진짜…



 태섭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만은 가끔 이런 말을 너무 담백하게 했고, 태섭은 그때마다 열이 올랐다. 이런 나를 모를 수가 없을 텐데. 대만의 목덜미를 감싸 안은 태섭의 손이 대만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대만이 눈을 감았다. 태섭은 그런 대만을 쳐다보다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미국에 있으면, 형을 꿈에서도 봤으면 좋겠다고 매일매일 생각하면서 잠들어요.

…이건 또 처음 듣네.

좀 낯간지러워서 말 안 했었는데. 지금은 형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언제는 그런 적 없었고?

어허… 왜 자꾸 확인하려고 들지? 몸의 대화를 한 번 더 해야 해요?

나 내일 경기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꾸 내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지 말아요.



 대만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태섭은 조금 더 열이 오른 대만의 뺨을 손으로 문질렀다. 



시즌 끝나면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어. 따뜻한 곳에서 푹 쉬고 싶다.

따뜻한 곳? 어디?

휴양지 있잖아. 하와이나, 사이판이나…

같이 갈까요?

그럴 수는 있어?

당연히 있지. 어떻게든 만들 거예요. 나 옛날의 송태섭 아니에요.

허세는.

허세 하면 송태섭이죠. 알잖아.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던 태섭과 대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맞추었다. 기다리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눈 앞에는 당장 서로의 사랑이 있었다. 이 사랑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리의 사랑은 늘, 지금 이 순간에 있었다.








Hold On Tight, My Darling

FINAL 2








  태섭과 함께 지내면서 가장 이득을 본 건 아무래도 대만이었다. 내조라는 게 이런 건가? 대만은 태섭이 차려주는 식탁에 앉을 때마다 생각했다. 태섭이 미국에서 온 다음날부터 부엌은 태섭이 미국에 가기 전에 그랬듯 다시 태섭의 차지가 되었다. 달라진 건 대만이 태섭의 옆에서 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 태섭이 제안했고 대만은 순순히 따랐다. 반박 따위 할 수 없었고 거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 된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말을 했다가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을 얼굴로 표현하는 태섭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음식은 여태 먹던 것 중에 가장 건조해 보였다. 첫 경기 당일이라 그런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만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은 식단 관리도 빡세다더니, 눈으로만 봐도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음식들로만 준비하는 태섭이 신기했다. 태섭은 팀에 있는 영양사가 제안해 준 대로 하는 거라며 새로울 게 없다고 했지만, 대만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야채 관리가 어려워 마트에 가서 만들어놓은 음식들을 주로 사먹고 팀 동료들이 먹는 것들을 추천받아먹던 대만은 이것들이 전부 신기하기만 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대만은 태섭이 미국에 간 이후, 한 번도 길게 같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말만 들었지 직접 본 적이 없었다. 태섭은 줄곧 팀 동료와 집을 셰어하며 지냈기 때문에 대만이 미국에 갔을 때는 주로 호텔에서 지냈다. 어쩐지 미국에 있는 태섭의 일상을 그대로 지켜보는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 어딘가가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소중히 지켜볼 걸 그랬나. 대만은 젖은 손을 닦으며 식탁에 앉는 태섭을 쳐다보았다.



“말했지만, 맛으로 먹는 게 아니에요. 특히 오늘은 더더욱. 아무것도 첨가 안 했어요. 소금 약간 넣었어.”

“응.”

“코트에서 날아다니려면 이 정도는 해야 공도 쫓아가고 내가 3점 슛도 쏜다고 생각하며 많이 먹어요.”

“응. 고마워.”



 태섭은 고분고분 대답한 뒤 샐러드를 먹는 대만을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제발 드레싱이라도 많이 넣자고 볼멘소리를 내뱉고 먹는 내내 맛없다고 얼굴로 표현했는데. 군말없이 먹는 대만을 보며 태섭은 포크를 들었다.



“왜 이래요.”

“어?”

“왜 이렇게 조용해.”

“뭐가?”

“이제 이렇게 먹는 게 적응 됐어요?”

“응.”

“진짜야?”

“아니.”



 대만이 웃음을 터트렸다. 태섭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웃었다. 곧 웃음을 멈춘 대만은 그런 태섭을 힐끔거렸고, 태섭은 그런 대만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태섭은 그런 대만이 영 신경쓰여 포크를 내려놓았다. 왜 안 먹어? 대만이 물었고, 태섭이 팔짱을 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 얼굴만 쳐다보는 태섭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 대만 역시 포크를 내려놓았다.



“들어봐, 송태섭.”

“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태섭이 의자를 바싹 당겨 앉았다. 대만은 머리를 매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되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여요?”

“좀, 낯간지러운 것 같아서.”

“일단 들어보고 판단 할게요. 얼른 말해줘요, 숨 넘어 가겠네.”

“오해 하지 마.”

“오해? 도대체 뭘!”



 결국 태섭이 의자를 끌어 대만의 옆에 와 앉았다. 대만은 제 손을 낚아채며 얼른 말하라고 재촉하는 태섭 때문에 웃음이 터졌다. 진짜 성격 급하다 너. 형도 만만치 않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뜸을 들여요. 대만은 대답 대신 태섭을 끌어안았다. 태섭은 대만의 어깨에 턱을 올린 채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채로 대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가 떨어져 있는 게, 솔직히 말하면 좋지도 싫지도 않아. 이제는 이게 일상이니까. 일상이 그렇잖아, 늘 좋지도, 싫지도 않은 거.”

“…응.”

“너는 네 자리에서, 나는 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농구 하면서 지내고 있는 거니까 크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응.”

“전화 하고, 가끔 편지하고, 1년에 한 번 많게는 두 번 보는 것도 다 좋아. 정말 힘든 시기는 지나갔다고 생각하니까. 동의해?”

“응.”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같이 오래 있는 게… 생각해보니 8년 만인 거야.”



 태섭이 대만의 목덜미로 얼굴을 파묻었다. 대만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태섭의 체향을 맡았다.



“너와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

“네가 집에서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게, 미국에서도 이러고 있는 거겠지 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어.”

“그랬어요?”

“응. 이런 생각이 드니까. 좀 더 너를 잘 지켜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 오래오래 생각하고 간직할 수 있도록. 지금 순간이 소중해서 잠깐, 컥,”



 대만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태섭이 대만의 목을 꽉 껴안았다. 숨이 막힌 대만이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태섭의 이름만 불러댔다. 태섭이 웃으며 힘을 살짝 뺐다. 숨 쉴 여유가 생겼는지 긴 숨을 내쉬는 대만의 숨소리를 들으며 두 눈을 감은 채로 대만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볐다.



“나 지금 무슨 생각하는 줄 알아요?”

“무슨 생각 하고 있는데?”

“미국 가면 집부터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데?”

“그러면 형이 올 때 호텔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미국에서 지내는 나를 또 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야… 너 미국 집 값이 장난인 줄 아냐…”

“내가 어제 그랬죠. 나 송태섭이에요.”

“허세 부리지 말래도…”

“형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송태섭이라고.”



 내가 못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대만이 고개를 저으며 태섭의 등을 부드럽게 껴안았다. 제 등을 토닥이는 대만의 손길을 느끼며 태섭은 눈을 떠 거실을 쳐다보았다. 거실에는 미국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벽 한켠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진을 쳐다보며 태섭은 눈을 깜빡였다.



“나도 지금이 너무 소중해. 너무 소중해서 꿈같아요.”

“꿈 아니야.”

“알아요. 아는데, 형은 나한테 늘 꿈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어리광을 부리듯 칭얼거리는 태섭의 목소리에 대만이 웃으며 태섭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대만이 말했다.



“그럼 그 꿈에서 영원히 깨지 않으면 되겠네.”



 태섭이 눈을 번쩍 떴다. 태섭과 눈을 마주친 대만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태섭은 완전히 흥분 상태였다. 도대체 무슨 포인트에서 뭘 받아들이고 이러는 거지? 감도 안 잡혔다. 대만은 진정해 송태섭, 하며 태섭의 등을 툭툭 쳤다. 태섭은 대만이 그러든 말든 눈을 반짝이고 있을 뿐이었다. 대만이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으며 포크를 든 순간, 태섭이 대만의 손에서 포크를 빼앗아 식탁에 올려두고 대만의 손을 잡았다. 



“형 방금 뭐라고 했는지 똑똑히 기억해놔요.”

“뭘?”

“그 꿈에서 영원히 깨지 말라고 그랬어.”

“그게 왜?”

“형이 지금 얼마나 미친 소리를 했는지 몰라요?”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밥이나 먹어, 나 가야돼.”

“형 지금 영원히, 라는 단어를 썼다고요.”

“그게 왜?”

“형 진짜 무드꽝.”

“무드꽝은 무슨, 알아 듣기 쉽게 말해.”

“나랑 영원히 계속 있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게 왜? 당연한 거 아니야?”

“…….”

“안 그럴 생각이었어, 너는?”

“아니, 그건 아닌데…”

“밥 먹자. 경기장 가야 돼.”

“응… 그래요. 밥 먹어요, 밥. 많이 먹어, 우리 형. 오늘 힘내야지.”



 샐러드를 집어 먹기 시작한 대만을 보는 태섭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당연히 계속 함께 있을 거지만… 태섭은 대만이 이런 식으로 제 마음을 표현하며 훅 치고 들어올 때마다 정신을 못 차렸다. 제 몫의 접시를 가져와 대만의 접시 옆에 놓은 태섭은 대만을 힐끔거리며 볼을 긁적였다. 자꾸만 대만을 힐끔거리게 됐다. 그 시선을 느낀 대만이 왜 그러냐고 물어도 태섭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샐러드를 입 안에 우겨 넣은 태섭의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다. 태섭의 머릿속에 어떠한 풍경이 지나갔다. 미국, 새 집, 그 집에서 형… 대만은 넋이 나간 것 같은 태섭의 얼굴을 보며 고개만 갸웃거렸다.







 경기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벨트를 푼 대만이 뻐근한 어깨를 돌렸다. 태섭은 핸들을 껴안으며 대만을 쳐다보았다. 대만이 태섭을 보며 웃더니 곧 표정을 굳혔다. 태섭은 웃음을 꾹 참고 대만을 쳐다보았다. 대만은 진지한 얼굴로 태섭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한 말 기억해.”

“절대로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세 번 복창하고 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가. 알겠지?”

“알겠어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집으로 갈 거니까 조용히 기다려. 알겠지?”

“응.”



 태섭이 몸을 일으켜 대만을 안았다. 짧게 입을 맞추고 대만과 이마를 맞댔다.



“이겨요.”

“응.”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 말고.”

“응.”

“내가 같이 있을 거야.”

“경기장 말고.”

“하하… 응.”

“나 기운 좀 더줘.”



 대만의 말에 태섭이 그대로 고개를 틀어 대만과 입을 맞추었다. 키스는 왜 이렇게 질리지 않는 걸까. 서로의 얼굴과 귀, 목을 만지며 생각했다. 코를 부딪히고, 이가 부딪힐 만큼 빠른 키스가 이어졌다. 숨을 쉬려고 떨어지는 순간을 참지 못해 얼굴을 붙잡아 끌어당겨 입술을 맞추게 되는 엉망진창인 키스가 좋았다. 한참동안 물고 빠는 키스가 이어졌다. 대만이 태섭의 피어싱을 매만졌다. 그만하라는 신호였다. 태섭이 마지막으로 쪽, 소리를 내며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형이 최고예요. 누구도 형을 대신할 수 없어.”

“응. 다녀올게.”

“응.”



 가방을 챙겨 나가는 대만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태섭은 대만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짧은 숨을 내쉬고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 차 문을 잠그고, 선글라스를 끼고, 후드를 뒤집어 쓰고, 쟈켓 주머니에 손을 넣은 뒤 주차장을 걷기 시작했다. 두리번 거리며 무언가를 찾던 태섭이 완전히 반대편 구석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걸어갔다. 똑똑, 문을 두드렸고 태섭을 확인한 사람이 문을 열어주었다. 태섭이 자리에 털썩 앉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잘 지냈어요?”

“휴가 좋습니까?”

“좋다마다요. 이렇게 잘 쉬어본 적이 없어서 살 것 같아요.”

“그래도 너무 하지 않습니까… 출국 이틀 남겨 놓고 인터뷰를 하실 생각을 했다는 게. 계약 소식날 인터뷰를 하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태섭의 미국 에이전시 매니저인 Q가 울상을 지었다. 거의 텅 비어 있는 주차장을 보며 태섭은 피식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그래야 형이 내 걱정 안 하고 훈련에 전념하죠.”

“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중얼거리셔서 못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오늘 입단속들은 잘 시켜놓으셨죠?”

“네. 선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경기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절대로 선수님 사진 못 찍도록 말씀 드렸고요, 공식적인 인터뷰는 내일 한 시간 이내로 진행할 거라고 전달 했고, 이 사항을 어길시 내일 기자회견장에는 출입 못하게 하고, 향후 오늘의 사진이 언론에 나가는 일이 있다면 다시는 그 언론사와 인터뷰 하지 않겠다고 말해두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관객들이 사진 찍는 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상관 없어요. 언론에서만 찍지 않으면 됩니다.”

“그럴 거면 언론에서 찍지 말라는 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기자들에게 제가 주목을 받으면 곤란해요.”



 형이 주목을 받아야 된다고요. 반드시 이길 거니까.

 빙긋 웃는 태섭을 의아하게 쳐다보던 Q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향후 일정을 태섭에게 전달했다. 스케줄을 들으며 태섭은 방금 전까지 대만과 키스를 했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처음부터 경기를 지켜보고 싶었지만 태섭이 관중석에 있다면 주객전도가 될 것 같아 경기 마지막쯤 들어가기로 했다. 누구보다 대만이 빛났으면 했다. 모두 농구를 하는 대만에게 집중을 해줬으면 했다. 나에게 아름다운 사람을 모두가 알아봐주기를 그래서, 그 힘으로 계속 농구를 할 수 있기를 태섭은 진심으로 바랐다. 게다가, 농구를 하는 대만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순간을 보지 않고 출국을 한다면 반드시 후회할 게 뻔하다. 태섭은 형 미안, 중얼거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몸을 풀던 대만이 시계를 쳐다보았다. 경기 시작 30분 전이었다. 첫 경기는 다른 경기들 보다 더 긴장이 됐다. 처음에 이기느냐 못 이기느냐에 따라 팀의 사기가 달라졌으니까. 대만은 동료들을 둘러보며 왼쪽 무릎을 매만졌다. 다행히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후. 대만이 짧은 숨을 내쉬었다. 오늘 매치할 팀은 작년 랭킹 5위인 팀이었다. 재작년에는 3위인 팀이었는데 운이 좋지 못해서 5위를 했다. 아마도 전력을 다해 덤빌 것이다. 대만은 수도 없이 한 전략회의를 떠올리며 동료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자, 오늘도 후회 없이 가보자고.”

“머리보다는 다리다. 알지?”

“정대만 오늘 컨디션 어때?”

“놀라지나 말아라. 그 어떤 때보다 좋다.”

“이열, 웬일.”

“힘을 잔뜩 받고 왔거든.”

“그러냐? 다행이네. 부탁한다, 우리의 빛.”

“오늘은 이긴다.”

“당연하지. 다음에도 이길 거야.”

“오늘 무조건 꼭 이긴다. 그렇게들 알아.”

“알았어. 오늘따라 투지가 있네, 정대만이.”



 동료들과 투닥거리며 코트로 들어갔다.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 소리는 언제나 대만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다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던 대만은 천천히 관중석을 둘러보았다. 태섭은 없는 것 같았다. 대만은 안심이 되면서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 여태 국내에 있는 걸 알리지 않았는데 혹시 왔다가 사람들에게 들키면 곤란하지 않을까 싶어서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태섭이 지켜봐 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분명히 긴장은 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태섭이 제 경기를 지켜보는 건 정말 오랜만일 테니까 직관을 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태섭이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막상 없으니 허전한 마음이 들어서 대만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욕심부리지 마. 대만은 심호흡을 했다. 같은 하늘 아래에 있고 시합이 끝나면 보러 갈 수 있어.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야. 대만은 스스로를 위안하며 주먹을 쥐었다. 1쿼터가 곧 시작이었다.


 태섭은 시트에 몸을 기댄 채 라디오를 들었다. 선수들 호명이 시작됐다. 익숙한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팔짱을 낀 채 무표정으로 이름을 듣던 태섭은 대만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박수를 쳤다. 가만히 있던 Q가 깜짝 놀라 태섭을 쳐다보았다. 정대만 선수와 오랫동안 연락하고 지내시네요. Q가 물었고, 태섭은 웃었다. 1쿼터의 공격은 대만의 팀에서 먼저 시작됐다. 태섭은 다시 팔짱을 낀 채로 창 밖을 쳐다보며 들었다. A선수의 패스를 받은 정대만 선수, 오른쪽 사이드에서 3점슛을 날립니다, 슛, 골인! 역시 깔끔하게 들어가죠, 태섭이 흐뭇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이럴 거면 그냥 들어가서 보시는 게 낫지 않으시겠어요?”

“지금은 절대 안 돼요.”

“예.”



 경기 초반 주도권을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대만은 손등으로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상대팀은 예상대로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평소 잘 하는 동료들도 첫 경기에, 1쿼터라 몸이 덜 풀린 것 같았다. 대만은 머리보다는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고 먼저 말을 했지만, 어느 순간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센터인 R이 스크린을 거는 동안 대만을 매치하고 있는 상대팀 선수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자리를 잡았다. 마침내 대만에게 골이 들어왔고, 가볍게 뛰어 슛을 성공시켰다. 동료들과 주먹을 부딪혔다. 이 놈들아, 정신 좀 차려! 반드시 이겨야 된다고! 대만의 우스개소리에 다들 엄지를 치켜 올렸다.


 정대만 선수, 스틸에 성공합니다, 태섭이 박수를 쳤다. 이쯤되니 Q는 진지하게 차에서 나가 기다려야 하나를 생각했다. 처음에는 시트에 기대 경기를 듣더니, 2쿼터가 시작할 때쯤 자세를 바꾸어 듣기 시작했다. Q가 한 번은 나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 정대만 선수 파울 인가요, 라는 해설위원의 말이 나온 직후였다. 야!! 태섭이 성질을 내며 거의 라디오를 부술 듯 노려봤다. 네 놈이 감히 우리 형한테?! 급기야 다리를 떨기 시작한 태섭을 보며 Q는 커피 좀 사다드릴까요? 하고 물었다. 태섭은 여전히 다리를 떨며 네, 얼음 가득 넣어서 제일 큰 걸로요. Q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는 향후 일정을 알려주고 간단한 회의를 하고 오라는 감독의 지시를 따를 수 없을 지경이었다. Q는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 주변 산책도 하고 설렁설렁 들어온 Q는 문을 열자마자 좀 더 돌아다니다 올 걸, 하고 생각했다. 태섭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지금의 얼굴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의 얼굴이었다. Q는 조심스럽게 태섭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나 지금 굉장히 화가 났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톤이었다. 태섭은 커피를 마시고 급기야 얼음을 깨 먹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 없군. Q가 태섭을 힐끔 보며 자리에 앉았다.



“정대만, 괜찮냐?”

“어, 괜찮아, 후우”



 하프 타임이 지나고 3쿼터. 상대팀의 오펜스 파울이 좀 심했다. 대만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는 와중에 왼쪽 무릎을 매만졌다.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까딱 잘못 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대만은 태섭을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나눈 온기를 생각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현재 스코어 57:53.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기는 했다. 자유투를 하기 전 공을 튕기며 대만은 생각했다. 침착해. 태섭이 있었다면 분명히 쫄 거 없다고 말했을 것이었다. 탕, 탕, 이겨요. 점프, 슛. 공이 깔끔하게 림으로 들어갔다. 대만이 주먹을 쥐며 수비로 들어갔다.


 4쿼터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 S 선수의 블로킹을 시작으로 T선수의 속공이 이어지는데요, 아, 자리 잡고 있던 정대만 선수, 패스, 다시 정대만 선수에게 패스, 정대만 선수, 그대로 3점슛을, 네! 성공! 정말 깔끔한 패스와 슛이었습니다! 태섭이 박수를 쳤다. 정대만 선수 오늘 23득점을 기록하는데요, 체력 조절을 정말 잘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스코어 90:87! 태섭이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꼈다. Q가 태섭을 뒤돌아보았다.



“혼자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뵙죠. 오늘 못 했던 회의는 내일 다시 해요.”

“네. 알겠습니다.”

 


 차에 내린 태섭이 선글라스를 꼈다. 주머니에 넣은 손에서 땀이 났다. 미리 구입해 놓았던 표를 만지작거리며 들어갔다. 표를 제출하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함성 소리가 컸다.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3분도 남지 않았다. 태섭은 가만히 서서 대만을 쳐다보았다. 땀에 완전히 젖은 대만이 동료에게 지시를 하고 있었다. 태섭은 그런 대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땀을 닦아내는 손, 찡그리는 눈과 코, 뭐라고 소리치는 입술. 태섭의 걸음이 자연스럽게 관중석으로 향했다. 스코어 94:91. 남은 시간 50초. 태섭이 천천히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다. 관중석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스코어 94:93. 남은 시간 25초. 태섭에게는 전광판의 숫자 따위는 보이지도, 흥분에 가득 차 응원하는 팀을 연호하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끄러운 함성 소리, 농구공 소리,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사라지고 대만이 보였다.
 태섭의 코트 안에 있는 단 한 사람. 가장 아름다운 농구를 하는 당신.
 스코어 96:95. 남은 시간 10초. 9초, 8초, 7초, 태섭이 골대와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으로 내려왔다. 대만이 공을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태섭이 모자를 벗었다. 패스를 받은 대만이 골대를 마주보고 섰다. 태섭이 한 계단을 더 내려왔다. 대만이 정면으로 보였다. 4초, 대만이 점프를 했다. 슛, 3초, 골! 대만이 자리에 착지했고, 올린 손을 천천히 내렸다. 2초, 1초, 경기 끝!! 정대만 선수, 3점슛을 깔끔하게 성공 시키며 스코어 99대 95로 1승을 얻었습니다!!! 

 내가 그랬잖아요. 정대만 만큼 아름다운 슈팅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대만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소리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저, 심장이 뛰고 있다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만 들 뿐. 그리고,
 송태섭.
 대만은 제 눈 앞에 보이는 태섭을 쳐다보았다. 태섭이 웃고 있었다. 대만은 승리에 겨워 제게로 뛰어드는 동료들의 토닥임을 받으며 태섭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너를 단번에 찾아내는 건, 너를 사랑하는 나의 특권이었다. 대만이 주먹을 쥐었다. 가쁜 숨이 가라앉았다. 대만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 순간에, 내 눈 앞에 있는 너는. 천천히 검지를 편 손을 태섭에게 뻗었다. 저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태섭은, 나의 림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 손에, 태섭이 웃으며 똑같이 검지를 편 손을 대만에게 뻗었다. 대만은 이 순간이 영원히 머릿속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매치할 거야. 언제까지나. 어떤 시간이 지나도. 무엇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영원히.


 승리의 음악이 울려퍼졌다. 대만은 동료들이 태섭을 보지 못하도록 몸을 돌렸다. 야 근데 방금 너 뭐했냐? 동료가 물었다. 대만은 웃으며 대답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뭐? 사랑? 누구한테?”

“아, 형님 기분 좋다. 인터뷰 하고 바로 집에 간다.”

“엥? 뒤풀이 안 가?”

“어.”

“왜?”

“집에 중요한 걸 놔두고 와서.”

“뭐??”



 대만이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태섭은 그 자리에 없었다. 대만은 피식 웃으며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했다. 기분 진짜 최고다! 얘 진짜 왜이렇게 업됐냐? 마지막 슛 지가 넣었다고 나는 멋져 이러는 중? 너는 떠들어라, 나는 좋다~ 미쳤네 정대만. 동료들이 놀리거나 말거나 대만은 얼른 태섭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잠깐만, 형, 천천히,”



 차에 올라타자마자 태섭에게 손을 뻗어 멱살을 잡고 끌어 당긴 대만이 문을 닫으며 태섭과 입을 맞추었다. 태섭이 웃으며 대만과 숨을 나누었다. 경기가 끝난지 얼마 안 되어 흥분한 건 이해가 가지만, 보기 드물게 흥분 상태여서 태섭이 대만의 얼굴을 붙잡았다. 대만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

“잠깐만 진정해요.”

“진정 하고 왔어.”

“이렇게 달려드는데?”

“진정 안 했으면 너 물어 뜯었어.”

“그 정도…?”

“응.”



 대만이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 전에, 태섭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태섭이 다시 대만의 얼굴을 붙잡았다.



“왜 또.”

“무릎은. 파울 때문에 넘어진 거. 괜찮아요?”

“응. 뭐야. 너 설마 보고 있었어?”

“안 보고 있었어요. 내가 그랬죠, 형 말은 잘 듣는다고.”

“그런데 왜 다 알고 있는데?”

“라디오로 듣고 있었어요.”

“진짜야?”

“진짜예요. 아니었으면 벌써 시끄러웠겠지.”

“믿는다.”

“믿어라, 좀. 그나저나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응. 잘못 넘어졌으면 위험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어.”

“진짜죠.”

“나 뛰어 오는 거 못 봤냐.”

“봤어요.”

“그러니까 이제 협조 좀 하지?”



 태섭이 웃으며 고개를 틀었다. 대만의 눈이 감기고, 입술이 닿으려는 찰나, 태섭이 대만의 눈과 입술을 쳐다보았다. 태섭의 입술이 닿지 않아 대만이 눈이 떴고, 태섭과 눈이 마주쳤다.



“우승 축하해요.”

“응. 됐지.”

“형 진짜 마지막에 너무 멋있었어. 또 반했어요.”

“고마워. 됐지.”

“보러 와서 좋았어요?”

“미친 짓 할 뻔했어.”

“미친 짓? 어떤 거?”

“관중석으로 뛰어갈 뻔했어.”

“오지 그랬어요.”

“그랬다가 내가 너를 관중들에게 뺏겼을걸?”

“그건 내가 용납을 못 하지. 오늘의 주인공은 형인데.”

“그래서 태섭아.”

“응.”

“언제 협조 좀 해줄래. 내가 이러는 거 흔하지 않다. 잘 생각해.”



 태섭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태섭의 손이 천천히 대만의 머리, 귀, 볼을 만졌다. 대만이 잘 알고 있는, 귀하게 만지는 태섭의 손이었다. 대만이 피식 웃으며 그 손에 얼굴을 비볐다. 형. 태섭이 대만을 불렀다. 몇 번을 불러도 지겹지 않은 이름을. 할 수 있는 한 가장 커다란 사랑을 담아. 응, 태섭아. 대만이 대답했다. 사랑을 받아 불려준 이름에 따뜻함을 담아.  



“형이 있는 어디든 내가 서있을 게요.”

“…응.”

“형의 미래 어디든, 내가 있을 게요.”

“응.”

“나의 미래에도 서있어 줘요.”

“응.”

“나는 영원히 꿈에서 깨지 않을 예정이라는 것만 알아둬요.”

“나는 그 꿈을 깰 생각이 영원히 없다는 것만 알아둬라.”



 대만의 말에 태섭이 웃었다. 태섭의 손이 대만의 귓불을 만졌다. 시선이 마주치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입술이 닿기 전, 태섭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사랑해요.

 대만이 눈을 감으며 웃었다.

 키스나 해, 넘치는 내 마음을 넘겨줄 테니까.









 fin.







-

 태섭 28살, 대만 29살.

 태섭대만 10&20 시리즈가 끝이 났습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포함해서 17회를 쓸 수 있었던 건 읽어주신 여러분이 계셔서였습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여러분에게 행복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아래에는 조금 더 긴 사족이 있습니다. 읽어주실 분들만 읽어주세요.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10&20 시리즈를 쓰면서 사족을 엄청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니 하나도 못 쓰겠네욬ㅋㅋㅋㅋㅋㅋ(근데 다 쓰고나서 보니 많이 썼네요 민투더망) 

 제가 트위터에 쓴 적이 있습니다만, 10&20시리즈는 퍼슬덩의 태섭이와 대만이의 관계성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쓴 글이었습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일생 일대의 뒤통수 때림 사건으로 기억되기에 이르는데..ㅎㅎ 여튼..ㅎㅎ 내 기억속 송태섭과 정대만은 치고박고 싸우는 애들이었는데 잉..? 이건 뭐 서로의 첫사랑..? 아무튼.. 무조건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무조건. 나는 얘네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한 걸 꼭 보고싶다!!!! 해서 쓴 게 10&20 시리즈였습니다. 나이를 쓴 게 이 이유 때문이었어요. 헤헤... 제 인생 통틀어 이렇게 달달하기만 한 글을 10회 이상 써본 적이 없습니다... 태섭이와 대만이가 다 했다... 너네들이 다했따....!

 제 글의 태섭이와 대만이가 안정적인 관계인 것을 알아봐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이걸 꼭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롱디나 이런 과정에서 힘든 것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어떻게든 두 사람은 극복할 것이다 라고 믿고 썼습니다. 사실 롱디 하면서 힘든 걸 한 번은 써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10&20 시리즈 자체가 행복한 두 사람을 보는 게 목적인 글이라서 쓰다가 말았어요. 여력이 된다면 외전으로 써볼까, 하고 메모를 해둔 게 있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요. 힘든 과정을 굳이 써야하나 물론 극복하지만ㅎㅎㅎㅎ 생각이 바뀌면... 한 번은 꼭 써보고 싶습니다. 30대가 지난 태섭이와 대만이도 좋을 것 같고요... 헤헤...

 사족은 여기까지하고... 제가 기록용으로? 무언가를 더 남기고 싶으면 이 글에 추가로 작성을 하거나 트위터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려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을 같이 읽어주시고 좋아해주시니 신기하기도 하고 좋아서 더 열심히 썼습니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