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한다.
전화가 걸려 온 건 오후 3시. 애리조나에서 태양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시간.
태양 빛으로 뜨거워지는 건 대지일 뿐이지 내 마음은 아닌데.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여보세요? 야, 송태섭. 목소리가 생생해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건지 모두 잊어버렸다.
“지금 새벽 아니에요?”
-그렇지.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요?”
-글쎄.
태섭은 창문 밖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평소보다 눈부시다. 늘 보는 풍경인데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애매한 대답.
정대만은,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뭐든지 확실해서 알기 쉬우면서 동시에, 알기 어렵기도 하다. 다른 여지는 없다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니까.
-축하 한다니까?
“네.”
-…….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이래요?”
대만은 계속 말이 없다. 이 침묵이, 머리를 매만지도록 만든다. 그럼에도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어서, 그저 이러고만 있다. 알 수 있는 건, 손에 쥐고 있는 전화기가 꽤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대만의 세상은 시끄러운 이 세상과는 다르게 고요하다는 것.
“고마워요.”
-…….
“좋은 하루 보내요.”
-송태섭.
태섭은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그러는 동안 세상이 보이지 않는 찰나에, 대만의 눈이 몇 번이나 깜빡였는지 모르는 채로.
-너도, 좋은 하루 보내라.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만난 마음 같은 것 역시, 모르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