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이 막 운전을 시작했을 때, 대만은 가끔씩 태섭에게서 사진을 받았다. 어디인지는 알 수 없는 도로에 세워둔 차와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초보였을 때도 몇 년은 운전한 베테랑 운전자 같은 표정을 지었는데, 능숙하게 운전을 하게 된 지금도 똑같았다. 참 변함없는 녀석이었다.
대부분 셀카였지만, 가끔 거치대에 올려놓고 찍은 듯한 사진을 보냈다. 오늘 보낸 사진은 후자였다. 사진 속의 태섭은 자연의 일부분인 것처럼 보였다.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있었지만, 풍경이 워낙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작은 녀석이 더 작게 보였고 이 말을 했을 때 태섭은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처음 애리조나 시내 밖에서 광활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이내 평상시와 똑같았다.
“여긴 어디냐?”
-85번 도로예요.
대만은 사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애리조나에서 가장 유명한 사막으로 갈 수 있어요. 이 말이 끝나자마자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짧은 소리가 지나간 도로가 다시 조용해졌다. 이 적막함이 사진 속 태섭과 잘 어울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에 있는 태섭은 그냥 봐도 까맸다. 까만 선글라스, 나시티, 통이 넓은 반바지를 입고 브이를 만든 손과 가까이 있는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태섭이 풍경을 만들어낸 것처럼 느껴져서 이마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보고 싶다는 이유 말고는 설명할 것이 없어서였다.
“우리 안 본지 얼마나 됐지?”
-한 달이요. 왜요? 보고 싶어?
“어.”
태섭이 웃었다. 나즈막한 목소리가 대만의 귀를 간지럽혔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이런 말을 제일 좋아하는 녀석이라 만날 때마다 틈만 나면 했으니, 어떤 얼굴로 웃고 있는지 모를리가 없었다.
-나중에 같이 와요.
“어딜? 거기?”
-네.
“사막에 볼 게 있어?”
-잠깐만요.
태섭이 조용했다. 대만은 말없이 기다렸다. 그 기다림에, 사진이 도착했다. 어두운 밤하늘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별이 있었다. 그 하늘 아래에, 무언가가 우뚝 솟아 있었다. 뭐냐고 물으니, 선인장이라고 했다. 사막의 이름은 소노라. 식물과 야생동물이 사는 살아있는 사막은 밤이 되면 별천지가 된다고 했다.
-사진을 본 다음부터 자꾸 생각났어요.
“꽤 좋았나보네.”
-그랬나 봐요.
“원래 그런 걸 좋아했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태섭이 소리를 낸 건, 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다. 그렇다기 보다는…. 아무리 별이 많아도 결국에는 까만 밤하늘이라 그런걸까. 태섭의 목소리는 그 하늘을 닮아있었다.
-사진을 보는데요.
“어.”
-여태 형과 시차가 달라서 수많은 게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데?”
-별이나 달 같은 거요. 여기가 보름달이면, 거기도 그런 거잖아요.
이런 목소리를 내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사진을 들여봐야 하는 걸까.
-물론 거긴 여기 만큼 별이 많지 않겠지만.
얼만큼,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자꾸 보고 싶어졌어요.
눈두덩이를 만지던 손으로 창문을 열었다. 창 밖은 새벽빛이 어스름이 내려앉아 어두웠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적막한 세상과 조용히 마주쳤다.
“가서 뭐 할 거야?”
-누워서 하늘을 보고 싶어요. 별이 몇 개인지 세고, 오늘은 무슨 모양의 달이 떴는지도요.
“소원은 안 빌어?”
느린 눈으로 별을 세며 태섭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별을 따라 움직이는 시선이 달에 닿았을 때, 엄청 많이 빌 거예요. 태섭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소원 빌러 가는 거예요.
“엄청 멀지 않냐?”
-멀죠.
“그래도?”
-그래도.
조용히 웃으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더 웃어 줘요. 웃는 소리 듣기 좋아요. 그렇게 말하는 태섭의 목소리가 더 듣기 좋았다.
“소원은 하나만 빌어야 되는 거 아냐? 그래야 이루어 진다고 하잖아.”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확률 높은 거 하나만 빌어.”
-형은 소원이 하나만 있나 봐요.
“지금은.”
-뭔데요? 알려줘요.
“뭘 물어. 이미 말했는데.”
태섭이 웃는다. 그래서 너는 뭘 빌고 싶어? 태섭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숨소리만 들렸다. 대만은 이 소리를 듣기 위해서 노랗게 빛나고 있는 달만 빤히 쳐다보았다. 보고 싶다는 게 소원 정도가 되었을 때쯤부터 늘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대만은 힘있게 잡았다. 이걸 손에 쥐고 있지 않을 때, 소원이 이루어지고는 했다. 조그만 스피커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도 그랬다. 이루어졌다가, 다시 바라는 게 되는 것들이 대만에게는 많았다. 지금도 그랬다.
-나중에 알려줄게요.
“어. 꼭.”
네가 달을 보게 된다면, 나와 같은 소원을 빌까? 나의 곁에 네가, 너의 곁에 내가 손을 마주 잡은 채로 하늘이 잘 보이게 누워, 똑같은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네. 꼭.
너보다 하루 더 빠른 미래에 있는 나는, 네가 곧 보게 될 달의 모양을 알고 있는 사람. 너의 미래가 나의 과거가 되는 것 역시 알고 있지.
[이 하늘을 형이랑 같이 보고 싶어요. 형이 얼마나 좋아할지, 얼마나 환하게 웃을 수 있는지 궁금해요. 이 별보다 더 반짝일 형의 눈을 보고 싶어요. 그럼 정말 행복핱 것 같아요. 언젠가 나랑 같이 와줘요. 정말 이 세상에 우리밖에 없는 것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이 있어주세요. 사랑하는 형. 너무 보고 싶어요.]
-
이런 이벤트 놓칠 수 없다.
태섭대만 온리전3 한가위 이벤트(맞지요?ㅠㅠ) 소원과 달…? 로 참가합니다.
멀리 있어도 같은 걸 보고, 같은 걸 생각한다면, 멀리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보자마자 부랴부랴 써서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겠네요… 짧지만, 참가에 의미를 둡니다. 할 수 있는 건 다할거야아아아아아아앜!!!!!!!!!!!!!!! (넘치는 패기 그렇지 못한 현실)
소노라 사막은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된건데 정말 멋진 곳이더라구요. 저곳에 두 녀석이 가는 걸 신나게 상상했습니다. 너무 행복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