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표가 생겼다

태섭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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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표가 생겼다. 대만은 제 손에 든 영화표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대만에게 표를 건넨 어머니는 회사 간부가 문화 사업에 후원을 하면서 받은 영화표라며, 영화 제목을 보니까 우리보다는 아들이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하며 호-호-호- 웃었다. 대만은 하-하- 웃었다. 어깨에 대충 멘 가방끈을 손에 쥐고 두 장의 영화표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대만은 헛웃음을 뱉으며 교복 무리들 틈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표를 보자마자 태섭이 생각났다. 왜? 고개를 갸웃거리던 대만은 여어 대만아- 인사를 하며 어깨를 치는 준호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눈을 굴렸다. 혹여나 놓칠새라 깜빡이는 눈이 바쁘다. 그런 대만을 보며 준호는 누굴 찾느냐고 물었다. 대만은 아니라고 했지만, 아니라기에는 너무나 구체적인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벌어진 어깨. 약간 작은 키. 가방끈을 희한하게 멘, 뒤에서 봐도 자기 주장이 강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는 어떤 남학생.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어 체육 시간에도 공부를 하기 시작한 3학년 교실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창가에 앉은 대만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연필로 무의미한 글자를 적었다. 영화표. 두 장. 제목이 뭐였지? 길어서 기억도 안 난다. 대만은 무표정하다. 아이들 감시를 하고 있던 선생도 점심 시간 이후의 나른함을 이기지 못해 꾸벅꾸벅 졸고 있다. 공부가 정말, 재미가 없어 죽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치수와 준호처럼 농구부 은퇴를 안 했다는 것. 수업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고, 공부 말고 농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짧은 한숨을 내쉰다. 

 낙서를 이어간다. 아무 생각 없이 끄적인다. 의미 없는 글자들이 공책에 늘어간다. 밖에서 간간히 소리가 들린다. 이 땡볕에도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학년이 있는지 으악 꺄아 난리가 났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쭈욱 뺀 상태로 운동장을 보고 있던 대만은 저도 모르게 창가 쪽으로 몸을 붙인다. 실눈을 뜨고, 농구 골대 앞에 있는 녀석을 본다. 송태섭이다.

 대만은 입술을 삐죽거린다. 농구를 하고 있는 송태섭이 부럽다. 나중에 또 할 거면서 벌써부터 힘 빼고 있네 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걸로 힘이 빠질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풀타임 출전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송태섭은 그 아무나 이기도 하면서 아니다. 아무나 라고 하기에는, 괴물같은 녀석이었으므로. 대만은 손가락으로 볼을 톡톡 치며 태섭을 본다. 멀리서 보고 있으니까 안 그래도 작은 게 더 작아 보인다. 나중에 만나면 놀려줘야지. 이 말을 듣고 한 쪽 눈썹을 올릴 태섭을 상상한다. 대만은 킬킬 웃고 있다는 걸 모른다. 조용한 교실 안에서 저 혼자만 웃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뜨거운 햇빛에도 개의치 않으며 몸을 움직이는 태섭을 보는 동안 노트 사이에 끼워둔 영화표가 바람에 살랑거리며 낙서를 감춘다.

 영화 보러 가자고 하면, 같이 가줄까? 



“뭘 같이 보자고요?”

“영화.”


 태섭은 잘 들은 게 맞는지 궁금하다. 연습이 다 끝나고 뒷정리를 하는 녀석들을 보고 있는데 어깨빵을 한 대만이 한다는 말이, 영화나 같이 보자였다. 태섭의 눈썹이 올라간다. 대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 넣은 영화표를 꺼내며 태섭의 얼굴 앞에다 대고 흔든다. 대충 쑤셔 넣었는지, 대만의 손에서 흔들리는 영화표는 구겨지고 난리가 나있다. 태섭은 그 영화표를 실눈을 떠서 쳐다본다. 태섭이 영 안 믿는 눈치여서 대만은 빈정이 상하려고 한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신뢰가 없냐?”

“코트 빼고는요.”

“와. 그래도 나 너한테 처음으로 물어보는 건데.”


 대만의 말에 태섭은 벙찐 표정을 짓는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대만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그런 대만을 보는 태섭은 기분이 좀, 이상하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걸 처음으로 보여 준다고 자랑하다가 삐친 어린 아이를 보는 것 같다. 처음으로 말하는 거라는 것도 좀, 이상하다. 정대만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가끔 3학년 복도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늘 희희낙낙하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곧 죽어도 공부는 안 하는 구나 라며 혀를 차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속이 시끄럽지도 않나, 늘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런 대만을 볼 때마다 태섭은 고개를 저었다. 야 송태섭! 하며 아는 척을 할 때마다 그런 대만을 무시하면서. 나 인사 하잖아 이 새끼야악! 시끄럽게 날뛰는 대만을 모르는 척하면서. 

 뒷정리를 다 끝내고 먼저 가보겠다고 하는 후배들에게 내일 보자고 인사를 하는 동안에도 대만은 대충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는 다시 입술을 댓발 내밀고 툴툴거리고 있다. 태섭은 그런 대만이 어이가 없다.


“입술은 왜 내밀고 있어요?”

“내 마음인데.”

“같이 가자는 말이 바로 나올 줄 알았나 보지?”

“아씨. 됐다. 됐고. 너랑 안 보러 가.”

“나랑 안 보러 가면 누구랑 보러 갈 건데요.”

“나 친구 많거든?????”


 태섭은 씩씩거리는 대만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대만의 손에 있는 영화표를 뺏는다. 그 많은 친구들 속, 첫 번째로 떠올릴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런 거나 생각한다. 정대만의 수많은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 확률은 분명히 소숫점은 찍을 만큼 자잘한 숫자들로 만들어져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의기양양해진다. 그래서 기가 찬 얼굴로 제 얼굴을 빤히 보는 대만에게 여유로워진다. 내놔, 하며 손을 내미는 대만을 보며 태섭은 헛웃음을 뱉으며 영화표를 쥔 손을 뒤로 뻗는다. 와, 포즈 무엇. 왕년 버릇 나오는 거예요? 삥은 안 뜯었거든 이 새끼야!


“내놔.”

“싫어요.”

“너 이거 갈취인 거 알지?”

“나랑 같이 가자며? 같이 갈 사람이 표 좀 가지고 있겠다는데 왜요.”

“나 너랑 보러 안 갈 거라고.”

“내일 4시? 점심 먹고 볼 거예요?”

“너랑 안 본다니까.”

“점심 먹고 저녁 같이 먹으면 되겠네.”

“안 본다고.”

“극장 앞에서 봐요.”

“시간 맞춰서 오지 말 아니 안 본다고.”

“내일 봐요.”


 영화표를 든 손을 휘적거리는 태섭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건방진 놈. 위도 아래도 없는 놈. 지 할 말만 하고 가는 예의도 없는 놈. 그런 놈의 뒷모습을 보며 따라가고, 그런 놈의 뒷모습에다가 같이 가자고 말하고, 그런 놈의 옆에 서서 배 안 고프냐 라고 묻는 대만은 여전히 모른다. 웃고 있다는 걸.






 대만은 소름끼치기 시작한다. 잠을 설쳐서 퀭한 눈을 억지로 감았다 뜬다. 태섭과 이런 식으로 주말에 보는 게 처음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다. 옷장을 뒤져가며 적당한 옷을 찾던 대만은 저도 모르게 벙찐 채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송태섭이랑. 농구 말고 다른 걸. 송태섭이랑. 영화를. 대만은 눈을 깜빡인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자꾸만 가려운 느낌이다. 옷도 그렇다. 침대고 바닥이고 널린 옷들만 몇 십 벌이다. 대충 아무거나 입고 가던 때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대만은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합리화. 합리화. 합리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생각보다 태섭의 사복핏이 좋았다는 것이다. 교복도 지 꼴리는대로 입어서 가끔 사복을 걸치고 나타나는 태섭을 생각해보면. 선도위원에게 걸려서 이렇게 간지나는 건 학교 밖에서 입으라는 소리를 듣던 태섭을 생각해보면. 그러고보면, 교복을 입지 않은 태섭을 보는 것도 처음인가. 뭐 이렇게 처음이 널리고 널렸어. 널린 옷들을 쳐다보다 결국 익숙한 옷을 입는다. 캡모자를 거꾸로 눌러 쓰고, 품이 넓은 나시티, 반팔 셔츠, 통이 큰 바지, 운동화. 문을 열기 전, 전신 거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크하는 것도 처음. 맨션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 운동화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 모자를 안 쓸 걸 그랬나, 라고 생각하는 것도 처음. 아무래도 이 셔츠 색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도 처음. 극장을 가는 동안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생각하며 깐깐하게 구는 것도 처음.

 극장 앞에 서 있는 태섭을 보고 피한 것도 처음.


“선배!”


 심장이 벌렁거린다. 송태섭 뭐하는 놈이야. 시력이 그렇게 좋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단번에 찾은 건 도대체 무엇? 대만은 건물 벽에 기대선 채로 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생각한다. 본새 안 나게 피한 셈이 된 건 생각도 안 난다. 


“뭐 한 거예요?”

“어? 어… 빨리 와있었네?”

“뭐 한 거냐고요.”

“아니. 뭐…”


 대만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삐딱하게 서있는 태섭을 본다. 이마에 걸치고 있는 선글라스, 품이 넓은 셔츠를 입고 대충 잠근 단추-나중에 자세히 보니까 원래 위치에 맞게 단추를 꿰어 입은 것도 아니더라-, 품이 넓은 반바지, 길게 늘어 뜨린 허리띠, 하얀 운동화. 사복을 입은 태섭이 어색한데 왜 어색한지 모르겠고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태섭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눈이다. 


“이건 제대로 말해요.”

“아 뭘 또…”

“분명히 눈 마주쳤어요. 그런데 피한 거잖아요.”

“뭘 또 캐묻냐, 캐묻길…”


 나도 진짜 모르겠는데 어떻게 대답을 하냐고… 대만은 이 말을 하지 못한다. 저 말을 하면 정말 쪽팔릴 것 같다. 대만은 모자를 꾹 누른다. 영화 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건, 전혀 신경 쓸 게 못된다. 태섭이 이 상황을 넘기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만은 태섭이 주장이 되고 나서 알게 된 몇 가지를 떠올린다. 첫 번째. 송태섭은 생각보다 책임감이 강한 놈이다. 두 번째. 송태섭은 하면 한다. 세 번째. 송태섭은 아닌 건 제대로 짚고 넘어 간다. 대만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태섭을 보면서 어제 어머니와 같이 본 저녁 드라마를 떠올린다. 집안 반대로 헤어지게 된 연인을. 남자 주인공을 놓아주려는 여자 주인공과, 그런 여자 주인공을 잡으려는 남자 주인공을. 저를 떠나가는 여자 주인공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외치던 남자 주인공의 말을. 내가 당신을 사랑해, 내가 당신 사랑하니까, 내가 다 버릴게 우리 집안, 당신 안 힘들게 내가, 내가 다 당신한테 맞출게, 그러니까 제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마…


“협조 해요.”

“…어?”

“생각을 해봤어요.”

“뭘…?”

“선배랑 나.”

“어?”


 대만의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튀어나올 것 같다. 영화 같은 건, 이제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오늘만큼은 싸우지 말자고요.”

“뭘 또 매일 싸운 것처럼 이야기를 해…”

“아닌 건 아니잖아요.”


 더럽게 솔직하네, 진짜… 대만은 할 말을 잃는다. 너네 진짜 하루라도 안 싸우면 안 되냐! 호통을 치던 치수가 생각난다. 왜, 활기차고 좋잖아. 옆에서 웃던 준호가 생각난다. 나야 친구니까 무시를 한다고 쳐도, 송태섭 이 놈은 선배가 말씀하시는데 개무시를 하고 하루라도 안 이겨 먹으면 참을 수 없다는 것처럼 으르렁 거리고 막… 대만은 고개를 젓는다. 그랬던 송태섭이. 오늘만큼은 싸우지 말자고 한다. 나랑 너를, 너와 나를 생각 해봤다고 하면서. 대만은 볼을 긁적이며 다른 곳을 본다. 대답 좀 하라고요. 태섭이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마주쳐온다. 심장 한 켠이 왜이렇게 간지러운지 모르겠다. 할 수만 있다면 간지러운 곳 근처를 열어서 만지고 싶다. 이 간지러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대만은, 뒷머리를 매만진다. 농구를 하지 않는, 하루라도 싸우지 않는 송태섭은 단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잠은 잘 못잤지만, 그래서 피곤한데, 태섭이 어색해 죽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러지는 않지만-그런데 왜 피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대답한다.


“그래. 네 말대로 해. 오늘은 싸우지 말자.”


 오늘은 처음 하는 게 많은 날이네. 생각하면서.




 배정받은 자리에 앉은 대만은 사람들을 둘러본다. 알고 봤더니 흥행하는 영화에, 또 알고 봤더니 로맨스 영화여서 그런지 연인들이 많았다. 대만은 태섭을 힐끔거린다. 태섭 역시 어색한지 콧잔등을 만지고 있다. 상영관에 들어가서는 급격하게 말수가 줄었다. 아니 사실은, 영화관에 들어간 순간부터 말수가 줄었다. 싸우지 않아서 그런가. 대만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싸우면서 입이라도 털어야 하나. 협조를 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 대만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 어색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휴… 짧은 한숨을 내쉬며 팔걸이에 팔을 올린 대만은 태섭의 팔에 부딪히자마자 깜짝 놀란다. 놀란 건 태섭도 마찬가지여서, 둘 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서로 쳐다만 본다. 눈을 깜빡이는 대만을 보면서, 눈을 깜빡이지 않는 태섭을 보면서, 맞닿은 팔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대만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한다. 팔걸이에 올려둔 팔을 거두고, 두 손을 꽉 맞잡는다. 손이 뜨겁다. 심장 한켠이 또 간지럽다. 몸을 부딪히는 거야 경기 중에서 늘 있는 일인데. 새삼 어색하다는 게 어색하다. 대만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놓는다. 곧 영화가 시작될 거라는 자막이 뜬다. 빨리 영화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어색할 줄 알았으면 괜히 보자고 했나. 그런데 정말, 영화표를 보자마자 태섭이 생각났다. 태섭 말고는 아무도 생각이 안 났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도 대만은, 태섭에게 영화표를 주고 싶었다. 주머니에 쑤셔 넣은 영화표를, 오늘의 날짜와 시간이 적힌 그 종이를 태섭에게 주고 싶었다. 

 볼을 긁적이고 있는 와중에 팔걸이가 올라간다. 태섭이 팔걸이를 올렸다. 대만은 태섭을 쳐다본다. 무표정한 태섭의 얼굴이 가까이 온다. 대만의 눈이 동그래진다. 귓가에, 태섭이 가까워졌다. 맞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팔걸이 없으면 좀 더 편할 것 같아서요. 괜찮아요?”


 대만은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끄덕임에 태섭이 피식 웃는다. 그 웃음에 대만은 고장한 장난감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끄덕. 끄덕끄덕. 그만해요. 끄덕끄덕. 그만 하라고. 끄덕끄덕. 선배. 끄덕. 싸우기 싫다고 했는데 이거 사소한 거 다 포함이에요. 끄덕끄덕. …싸우자는 거 아니죠? 끄덕끄덕.




 앞에 있던 연인. 여자의 어깨에 남자가 고개를 기댔다. 반대편에 있던 연인. 남자의 어깨에 여자가 고개를 기댔다. 저 반대편에 있던 연인. 남자가 여자에게 귓속말을 했다. 쩌- 반대편에 있던 연인. 여자가 남자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그 여자의 머리를 남자가 쓰다듬었다. 쩌—- 앞에 있던 연인. 깍지를 낀 손을 팔걸이에 올린 채 살짝 들었다. 그 손에, 남자가 입을 맞추었다. 옆에 있던 연인. 영화 주인공들의 고백에 맞추어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다. 

 태섭. 다리를 살짝 떨었다. 대만. 혀로 입술을 축였다. 태섭. 대만의 반대편으로 몸을 기울여 손으로 입술을 만졌다. 대만. 태섭의 반대편으로 몸을 살짝 기울여 팔짱을 꼈다. 태섭. 제자리로 돌아오며 손깍지를 꼈다. 대만. 제자리로 돌아오며 팔짱을 풀었다. 태섭. 입을 벌렸다. 대만. 입을 벌렸다. 키스신. 태섭. 입을 벌린다. 대만. 입을 벌린다. 키스신이 길다. 태섭. 고개를 돌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대만을 힐끔거린다. 대만. 혀로 입술을 축이며 눈을 굴리며 태섭을 힐끔거린다. 태섭. 다리가 떨리고 있다. 대만. 그 다리를 잡아 누른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단 1초도 변하지 않을 거야

 눈이 마주친다. 한참동안 마주친 시선이 다시 스크린으로 향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팔걸이에 올리려 움직인 팔이 맞닿는다. 시선은 여전히 스크린. 맞닿은 팔은 여전히, 너의 팔. 입술을 매만지는 손. 집중을 할 수 없는 체온. 살짝 맞닿는 어깨. 이마를 긁적이는 손.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서 꽉 깨무는 입술. 

 먼 훗날, 그 날 영화 내용이 뭔지 기억이 나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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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8일에 개최된 대운동회의 태섭대만 쁘띠존에서 뒷 내용을 이어 약 108 페이지를 담은 소장본으로 발간 하였습니다.